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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기념일, 다시 읽는 민중의 외침

by 또용또용 2025. 5. 11.

매년 5월 11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동학농민혁명기념일입니다.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지 않은 날일 수도 있지만, 이 날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1894년, 조선 말기 전국을 뒤흔든 동학농민혁명은 단순한 반란이 아닌, 억압받은 민중이 스스로의 권리를 외친 역사적인 혁명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배경과 전개, 주요 인물, 역사적 의의,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이 날을 어떻게 기념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단순한 역사적 지식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를 사는 태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일, 다시 읽는 민중의 외침

 

1. 동학농민혁명은 왜 일어났을까?

동학농민혁명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 조선 사회의 상황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19세기 말 조선은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중앙 정부의 부패와 탐관오리들의 횡포, 토지 수탈과 중과세는 농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죠. 여기에 서양 열강의 침투와 일본의 영향력 확대, 그리고 조선 정부의 무능한 외교 정책까지 더해지며, 민중의 분노는 한계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사상이 바로 '동학(東學)'입니다. 1860년 최제우가 창시한 동학은 사람은 누구나 하늘(天)과 같다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종교이자, 사회개혁 사상이었습니다. 기존의 유교적 위계질서에 억눌려 살던 민중에게 이 사상은 강력한 해방의 메시지로 다가왔고, 곧이어 거대한 민중운동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2. 혁명의 불꽃: 고부 민란에서 전국 봉기로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은 1894년 전라도 고부에서의 민란이었습니다. 고부 군수 조병갑의 가혹한 수탈에 맞서 전봉준과 농민들이 들고 일어난 이 사건은 곧이어 전주성 점령, 정부와의 전주 화약 체결로 이어지며 전국적인 봉기로 확대됩니다.

특히 전봉준은 ‘보국안민(輔國安民)’과 ‘제폭구민(除暴救民)’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부정부패 척결과 일본 세력 축출, 민중의 권리 회복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방 민란이 아니라 중앙 정부를 향한 근본적인 구조 개혁 요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경복궁을 점령하며 본격적으로 조선 내 정치에 개입하자, 동학군은 이를 외세 침략으로 간주하고 2차 봉기(우금치 전투)를 단행합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패하면서 혁명은 점차 진압되어 갔고, 전봉준은 결국 체포되어 1895년 처형되었습니다.

 

3. 동학농민운동의 주역들: 전봉준과 동지들

동학농민혁명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단연 전봉준(全琫準)입니다. 흔히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는 탁월한 전략가이자, 민중의 고통을 함께 느낄 줄 아는 지도자였습니다. 그가 이끈 농민군은 짧은 기간 안에 전라 지역을 거의 장악할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전봉준 외에도 손화중, 김개남, 최시형 등의 인물들이 동학농민군의 전개와 사상 전파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정치적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행동했던 혁명가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이들의 헌신은 훗날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적 토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4. 단순한 반란이 아닌, ‘근대 민주 혁명’의 출발점

오랫동안 동학농민운동은 역사 속에서 ‘반란’ 혹은 ‘폭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폄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이후 이 혁명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면서, 그 의미는 새롭게 정립되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은 단순한 무력 봉기가 아닌, 민중이 주체가 되어 정치, 경제, 사회 구조를 개혁하려 했던 최초의 근대적 민주 혁명이었습니다. 동학의 사상인 ‘인내천’은 인권, 평등, 생명 존중이라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와 닿아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04년에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2019년 2월 26일에는 5월 11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는 국가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기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5. 동학농민혁명기념일, 우리는 무엇을 기념해야 할까?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학농민혁명기념일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사회와 삶을 성찰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점들을 함께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 민중 주체의 역사: 역사는 위인의 이야기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외침으로도 쓰인다는 사실.

▶ 외세와의 관계: 오늘날의 외교와 자주권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

▶ 사회 정의와 개혁: 동학군이 요구한 부정부패 척결, 공정한 세상은 여전히 유효한 과제.

▶ 시민 의식과 연대: '내가 하늘이다'라는 인내천 정신은 지금도 평등과 존엄을 위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정부는 매년 5월 11일 전북 정읍의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등에서 공식 기념식을 개최하며, 문화 행사와 추모 행사도 함께 열립니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학술대회와 전시, 공연이 진행되며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알리는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

전봉준과 동지들이 외쳤던 이 말은 단순한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 세상의 중심이 권력이 아니라 사람임을 선언한 외침이었습니다. 1894년의 민중들이 목숨을 걸고 요구했던 것은 결국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의 시작이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그 외침을 더 나은 세상,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일은 과거를 단순히 기념하는 날이 아닌, 현재를 더 깊이 살아가는 날이어야 합니다.

5월 11일, 단 하루라도 민중의 외침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그 외침은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